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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 그림

어항 속에 갇힌 질투

 

저기 그 여인이 나에게 다가오네요.
저 여인의 남편은 뜨겁고 짙은 욕정의 향기를 품은 날,
아내에게 나를 넘겨줬어요.

여인은 금세 알아챘어요.
남편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남편의 얇고 부드러운 입술 사이에서는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나고,
남편의 눈동자에는 새로운 연인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남편의 배신을 눈치 챈 여인은 미세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속삭이고
메마른 입술로 살짝 남편의 볼을 훔쳤을 뿐이에요.

그리고 밤이 되자,
망자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발걸음으로 다가와
독이 묻은 먹이를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뜨렸죠.
조롱 섞인 달빛의 기운이 어항을 비추자
독기운이 가득 배인 부스러기가
물과 엉켜 욕망의 신음소리를 내며
서서히 바닥 속으로 잠겨들었죠.

이전에 살던 허기에 찬 물고기는 음욕의 먹이를 먹고,
맹렬한 색정에 못 이겨 뒤틀려,
죽음의 유희에 빠져버렸죠.

여인은 무심히 배를 뒤집고 죽어버린 물고기를
차갑고 축축한 손길로 건져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어요.
그리고... 거리로 나가...
그 물고기와 똑같이 생긴 나를 사서 돌아왔죠.

아침에 남편은 어제와 다른 물고기를 보며
여전히 평온한 가정에 안심하며 달콤한 연인에게 가버렸죠.
아내의 닳아빠진 독기는 남편의 허상을 깨뜨릴 수 없었어요.

오늘 밤 여인은 나에게 독이 묻은 먹이를 줄 거예요.
그리고 전 거부할 수 없이 그 먹이를 먹고 육욕에 빠져
환락 속에 잠겨들겠죠.

그러면 여인은 다시.. 거리로 나가
나와 똑같은 물고기를 사서 돌아오겠죠.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죽은 물고기를 건질 때마다
이미 독기로 오염된 어항 속에서 묻은 죽음이
여인의 생명줄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낸다는 것을...

그러면 언젠가..
그 어항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은
모든 물기가 빠져나가버린
부석부석해진 아내의 피폐한 시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림. charles coirtney curran / 글. 나비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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