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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_베짱이를 부러워하는 개미

 


  숲속에 만들어진 대형 콘서트장. 공연을 앞든 베짱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곤충들이 웅성거리며 서성거리고 있다. 그 앞에 낡고 허름한 옷을 입고 팔자 좋게 누워있는 개미가 있다. 개미 앞에는 일그러진 깡통이 놓여있다. 그 옆에는 동정하는 눈빛으로 개미를 바라보는 공룡과 한심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비잠이 서 있다.

공룡 : 그래도 이것은 옳지 않아.
개미 : 거지라는 것이...모든 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지.
나비잠 : 도대체 타의 모범이 되었던 부지런한 종족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거야?
개미 : 저 베짱이 덕분에 내 뜨거운 노동의 땀방울과 함께 소멸해 버렸지.
나비잠 : (비웃는 목소리로) 꼴에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문학적 용어를 주절대겠다는 거야?
개미 : 이 봐, 이것도 서비스 직종이라고. 인정머리 없는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근사한 문장과 슬픈 과거쯤은 몇 개 가지고 있어야해.
나비잠 : (조롱하듯) 사기가 농후한 거지라..나름 괜찮은 캐릭터군.

공룡 : (얼굴을 찌푸리며) 이해 할 수 없어. 너희 종족은 태어나면서부터 근면성실을 세포 속에 지니고 자란 자들이야. 그런데..개미가...그것도 거짓말을 일삼는 개미 거지라니....이것은 옳지 않아.
개미 :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지도 나쁘지 않아. 먹고 일하지 않아도 쏟아지는 자질구레한 선물 덕분에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문제없지.
나비잠 : (개미 앞에 깡통을 흘깃 쳐다보며) 먹다버린 빵조각, 날짜가 지난 우유, 눅눅해진 과자조각... 정말 넌 그 짧은 인생 속에 이런 것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거야?

개미 : 어차피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이것보다 휠 씬 좋은 것을 얻는 다는 보장은 없어.
공룡 : (버럭 화를 내며) 넌 지금, 땀 흘러 맹렬히 일하는 자들을 모욕하고 있어!
나비잠 : 사실 개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공룡 : 무슨 소리야?
나비잠 : 인터넷도 안 봤어? 하루 종일 성실하게 삶을 유지하는 자보다 한순간에 대박친 자들만 인정받는 세상이라고!
공룡 : 너는 매순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자가 잘못됐다는 소리야?
나비잠 : 내 말뜻은 10억을 벌어도 평생을 근면하게 살아 통장을 빼꼼하게 채운 자보다, 단기간에 얻은 행운으로 통장을 깔끔하게 채운 자를 인정하는 시대라는 거야!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세대가 된 거지. 돈이 많은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얻은 자를 부러워하는 시간이 도래했다고나 할까~

개미 : 그런 의미에서 신은 공평하지 않아!
공룡 : 부지런한 자들을 멸시한 것도 모자라 신까지 모멸하겠다는 거야?
개미 : (비웃음을 띠며) 흥분하지 말라고. 난 내가 겪은 경험의 진리를 알려준 것 뿐이야.
나비잠 : (빈정대며) 나름 21세기에 어울리는 학구적인 거지군.
개미 : (나비잠의 말을 무시하며) 저 베짱이를 봐.

 


 개미가 가리킨 차에서 모든 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베짱이가 내린다. 많은 팬들이 베짱이에게 사인해 주기를 바라며 종이를 흔들어 대고 있거나, 베짱이의 옷을 찢어 가지려고 하거나, 베짱이의 몸을 더듬거리고 있다. 결국은 몇몇 팬들의 실신으로 경호원들은 베짱이를 데리고 서둘러 공연장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개미 : 저 베짱이는 우리 동네의 골칫거리였어. 항상 근면 성실한 삶이 성공의 열쇠라고 가르치는 개미에게, 매일 놀고먹고 기타 치며 주위를 서성거리는 베짱이는 성가신 존재였지.
나비잠 : 인생이란 정말 묘하군.. 저런 베짱이가 성공할지 누가 알았겠어.
개미 : 어린 시절 우리가 혹독한 훈련 속에 지쳐 울 때도 베짱이의 기타소리는 멈추지 않았지. 개미에게 주어진 평생의 일거리를 삶의 무게처럼 비장하게 받아들였을 때도 베짱이의 노랫소리는 중단되지 않았어. 그리고 시뻘건 태양아래 구슬땀을 흘려가며 종족을 위해 희생할 때도 베짱이의 춤은 태양 그림자 속에 너울거렸어.

공룡 : 베짱이에 대한 너의 분노가 느껴져.
개미 : (화를 내며) 왜 아니겠어? 어느 날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 할 때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알아? 부지런함과 게으름, 근면과 나태, 성실과 불성실로 뚜렷하게 구분된 개미와 베짱이의 삶의 결과가 얼마나 허무한 종결을 맞았는지 알고 싶지 않아?
나비잠 : 그렇게 극적인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 네가 설명하지 않아도 저 베짱이의 삶이 얼마나 근사한지 알겠으니까. 물론 평생 몸을 더듬거리는 성희롱 자에게 둘러싸여야 한다는 불행을 극복해야 하겠지만.

공룡 : 그래서 신이 불공평하다고 결론을 내린 거야?
개미 : 나와 베짱이는 태어나자마자 신을 믿었어. 항상 생명을 주신 신께 감사했고, 신께 헌금을 드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고, 신께 머리를 조아리는 것에 의심을 갖지 않았어. 근데 똑같이 신을 경배했던 부지런한 개미는 거지가 됐고, 나태한 베짱이는 평생을 쓰고도 남을 재물을 갖게 됐지.
나비잠 : 그러니까 어느 날 자신을 베짱이와 비교하고 그 절망감에 근면성실한 삶에 회의를 느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지가 됐다는 거야?
개미 : 우린 태어나자마자 뻔 한 인생을 살아가게 조종당해 왔어. 여왕개미,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도록 교육받아왔다는 거야. 교과서적 진리는 성실함이 세상을 바꿀 중요한 비밀처럼 속삭이지만 결국 그렇게 산 개미는 거지가 됐고, 놀고먹던 베짱이는 벼락부자가 됐지. 그런데 신이 공평하다고 말 할 수 있어?

공룡 : 베짱이의 달란트를 부러워한다는 소리야?
개미 : 분명한 것은 신은 개미보다 베짱이에게 더 많은 달란트를 줬다는 거야. 그게 신이 불공평하다는 절대적 증거지.

공룡 : 네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와 명예가 신의 선물이라고 확신하는 거야? 후에 이뤄질 신의 심판의 저울에 돈과 인기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개미 : 분명한 것은 개미보다 저 베짱이가 더 많은 축복을 받고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공룡 : 마르튜스는 신의 공평함을 누군가가 가진 것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했어.
나비잠 : 가지지 못한 자들은 그렇게 교묘하게 자신의 철학을 정당화하는 법이야.
공룡 : 너 말처럼 신은 모든 자에게 똑같은 선물을 주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신은 심판의 날에 네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묻지는 않는다고 했어.
나비잠 :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개똥철학이군!

공룡 : 너 말처럼 신은 모든 이에게 똑같은 달란트를 주지 않겠지. 하지만 너에게 1달란트를 주고 심판 때 3달란트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소리야. 또한 베짱이에게 3달란트를 줬다면 그에게 1달란트만 남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 신은 심판의 날에 이렇게 확인 하는 거야. 1달란트 준 너에게 1달란트를...3달란트 준 베짱이에게는 3달란트 더 남기기를 원하시는 거지.
나비잠 : 각각 준 대로...고스란히 받는다는 뜻이야? 공평하게?
공룡 : 심판이란 공정한 삶을 평가받기 위한 제도야. 심판관이 공명정대하지 않는다면 삶이란 거짓으로 가득 찬 신의 인형놀이에 불과해.

나비잠 : 다리가 불편한 자와 다리가 튼튼한 자가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뻔 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불공평한 시합이기에 처음부터 주체자는 그런 경기는 하도록 기획을 세우지 않아. 만약 그런 경기를 하도록 부추기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사기꾼이겠지.
공룡 : 넌 주체자도 말리는 경기를 하려고 했어.
나비잠 : 아니, 시작도 안 했지. 넌 보이는 세계에 실망하여... 3달란트 가진 자를 부러워하며 1달란트를 포기하고 거지가 되었지.

개미 : (당황하며) 난 단지.. 많은 달란트를 가진 베짱이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한 게 부러울 뿐이야.
나비잠 : 어떤 자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너의 몫이 아니야. 어쩌면 베짱이는 네가 평가한 것 보다 더 오랜 시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 자리에 왔는지 몰라.
공룡 : 매일 먹고 논다고 하지만 그는 노래하고 춤추고 기타를 치기 위해 또 다른 많은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3달란트 준 이에게 감사하며 또 다른 3달란트를 남기기 위해서 말이야. 1달란트를 가진 자보다 더 많은 노력과 절망을 지녀야 할 테니까.
나비잠 : 근데 넌, 그런 자를 부러워하며 자신이 가진 소중한 1달란트를 쓰레기통에 버렸어.
공룡 : 어쩌면 베짱이의 삶은 네가 말한 것처럼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은 결과일지 몰라. 하지만 그 평가는 네가 아닌 생명을 창조한 자에게 있어. 우린 다만 타인이 가진 것과 똑같지 않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신이 나에게 준 것에 대한 행위의 보상에 집중해야 해
나비잠 : 왜?
공룡 : 마르튜스는 이 삶은 짧지만 우리가 상상 할 수 없는 그 곳은 영원불멸하다고 했어. 그곳에서 우리가 가진 달란트로 행위의 보상을 받기 위한 심판이 이뤄질 거라고도 했지, 그래서 우린 오래참고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어.

개미 : 현재의 삶에 축복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마르튜스가 말한 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야! 어느 누구도 나를 기억하는 이는 없겠지만 저 베짱이는 세월이 흘러 땅의 거름이 된다고 해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공룡 : 알아. 이해할 수 없겠지. 똑같이 같은 신을 섬겨도 누군가는 감당할 수 없는 선물을 받고 누군가는 거듭되는 절망 속에 허덕여야 한다는 사실을. 마르튜스도 그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어. 하지만 현재의 삶은 다른 삶을 위한 과정이라고 했어. 영원한 생명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의 이뤄지는 일에 실망하지 말라고 했어. 왜냐하면 영원한 삶이 허락되는 곳에서 이뤄 질 심판에서의 판결자는 현실과는 달리 공명정대하다고 했으니까.

개미 : 보이지 않는 자를 위해 헌신한 내 꼴을 봐!
공룡 : 우리의 인내는 생각보다 짧고, 우리의 열정은 생각보다 금세 소멸해 버리지

순간 당황한 개미가 귀를 막으며 소리친다.

개미 : 저리로 꺼져. 마르튜스와 똑같은 말을 지껄이는 자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내 깡통에 동전 한 닢이라도 떨어뜨릴 생각이 없다면 저리로 사라져 버리라고!

 공룡과 나비잠은 그들을 향해 등을 돌리고 누워버린 개미를 뒤로 한 채 길을 떠난다.

나비잠 : 정말 너 말대로 마르튜스의 신이 있다면 신은 왜 나에게 돌연변이 삶을 준 거지? 이런 불완전한 나에게는 어떤 달란트를 준 거냐고?
공룡 : 마르튜스는 우린 한 치 앞도 못 보는 어리석은 자라고 했어.
나비잠 : 난 너와 스무고개 수수께끼를 할 생각이 아니라 진정한 답을 얻고 싶은 거라고!
공룡 : 신은 너의 삶을 촘촘하게 계획하셨어. 그리고 그 계획의 끝은 축복이겠지. 지금 너 그 축복의 길속에 놓여있는 코스 중 절망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절망을 지나면 무엇이 있을지 상상 할 수 있겠지?
나비잠 : 그것은 모든 종교에서 건넬 수 있는 충고라고! 난 신선한 답변을 얻고 싶어!
공룡 : 신은 절망 속에서 깨달음을 주지. 바로 네가 얻으려고, 알려고 하는 달란트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야. 마르튜스는 신의 계획 중 어느 하나도 거저 버리는 게 없다고 했어.

나비잠 : (빈정거리듯)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내 절망을 증폭시키기 위해 개똥철학에 밥만 축내는 너를 보낸 거고!
공룡 : (벌컥 화를 내며) 먼저 내 지적 심상에 대한 공격을 하려거든 너의 텅텅 빈 머리를 꽉꽉 채우라고!
나비잠 : 땅바닥에 흘러내려는 뱃살이나 추스르시지!
공룡 : 무식한 나비잠! 내가 공룡신체백과사전을 사다줘야 믿겠어! 이것은 주름이라고!
나비잠 : 젠장, 침 튀겨! 저리가!

공룡과 나비잠은 티격태격하며 마르튜스가 지나간 길을 다시 되짚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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