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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에 키스하는 하이에나
 

  무덤가에 하이에나가 있다. 무덤을 판 흔적 위에 죽은 자를 담은 관이 있다. 하이에나는 공룡과 나비잠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다. 나비잠은 어이없다는 표정이고, 공룡은 경악한 표정이다
 
공룡 : (말을 더듬으며) 넌..지금...방금...관에 있는 시체에..네가..지금..
나비잠 : (참을성이 없는 목소리로) 넌 지금 시체에 키스를 한 거야?
공룡 :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듯 한 목소리로) 너의 가족이지? 그래서 몰래 마지막 인사를 한 거야?
나비잠 :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가족치고는 너무 강렬하고 진한 키스였다는 생각 안 들어?
공룡 : (경악한 표정으로) 그럼 뭐야? 넌 네크로필리아 라는 거야?
나비잠 : 이런 상황에서도 유식한 티를 내야겠어?
공룡 : (짜증난 목소리로) 건전한 나를 비난하기보다 극악무도한 저 자를 힐난하는 게 옳지 않아?
 
 공룡과 나비잠이 다투는 사이 하이에나가 살금살금 도망가려 하자 나비잠이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등을 발로 밟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나비잠 : 오늘 복이 터졌군! 이런 놈을 신고하면 상금을 얼마나 줄까?
공룡 : 어떻게 너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지? 평안한 안식을 방해받은 죽은 자들의 아우성이 들리지도 않아?
나비잠 : 아니 들리지 않아! 하지만 네 뱃속에서 들리는 허기에 찬 아우성은 확실히 들리지!
공룡 : 언제부터 타인의 결핍에 귀를 기울인 거지?
나비잠 : 네가 내 날개를 마치 달콤한 솜사탕처럼 쳐다볼 때부터?
공룡 : (크게 소리 지르며) 그럼, 내가 저 자처럼 사악한 네크로필리아란 말이야?
나비잠 : 젠장, 도대체 네크로필리아가 뭔데 아는 척은 있는 데로 하는 거야?
 
하이에나 : 시체를 사랑하는 증세지.
공룡과 나비잠 : (동시에 하이에나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너한테 물은 것 아니거든!
 
 하이에나는 공룡과 나비잠의 말에 주눅 들어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인다.
 
하이에나 : (고개를 숙인 채) 날....경찰에 신고 할 거야?
나비잠 : 그렇다면 어쩔 건데?
하이에나 : (고개를 들며) 내가...너에게 원하는 만큼의 돈을 준다면 나를...놓아줄 수도 있어?
나비잠 : (한 쪽 눈썹을 치켜들며) 얼마를 줄 건데?
공룡 : (소리를 꽥 지르며) 제 정신이야?
나비잠 : 흥분하지 마! 도덕성이 헤이한 놈과 장난을 친 것뿐이야!
공룡 : 입에 흐르는 침이나 닦고 말하지?
나비잠 : 솔직히 흥정을 하는 게 왜 나빠?
공룡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독특한 외모에 비관해서 세상을 저주하기로 결심 한 거야?
나비잠 : 사실, 시체에 키스 한 것뿐이잖아?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인데 이까짓거 뭐 대수로운 일이라고 이렇게 들썩거리는 거야?
공룡 : 저 자가 그것에 만족 할 것 같아? 저 네크로필리아가 시체와 무슨 짓을 할지 상상해 본 적 있어?
나비잠 : 그런 것 까지 상상해야해? 도대체 이 우화작가는 우리를 어디까지 타락시킬 작정이야!
 
하이에나 : (엎드린 채 공룡과 나비잠을 보며) 걱정 마. 아직 그 정도로 퇴폐적 증세를 보이지는 않아.
공룡 : (빈정거리며) 우리를 안심시키고 널 놓아주도록 설득하는 거라며, 넌 실패했어!
나비잠 : 너 부자야?
공룡 : (하이에나를 쳐다보며) 문란한 돌연변이 시체에 관심 있어?
나비잠 : (손을 저으며) 단순한 농담에 격한 반응이라니, 건장한 공룡에게 유모감각을 찾게 하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이군.
공룡 : 너의 허접한 유모감각이 누군가의 정신세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 해 본 적 있어?
 
하이에나 : 그 말에 동의해!
공룡 : (참을성 없는 목소리로) 내가 너랑 대화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하이에나 : 너희가 나를 괴물처럼 여기는 것 알아.
나비잠 : (과장된 목소리로) 세상에, 너의 이해심은 정말 한량없구나!
하이에나 : 그렇게 빈정거리지 마. 나에게도 말 못할 사정은 있어.
공룡 : 그럼, 영원히 말하지 마, 묵비권은 재판에서 큰 이익이 될 테니까!
 
하이에나 : 삼촌 때문이었어. 삼촌이 어릴 때 나에게 강요했어.
공룡 : (이마를 찌푸리며 궁금한 목소리로) 삼촌이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나비잠 : (발밑에서 버둥거리는 하이에나를 보며) 우리가 그런 값싼 레퍼토리에 넘어 갈 것 같아?
하이에나 : 정말이야. 삼촌의 장난이 날 네크로필리아로 만들었어.
공룡 : 어떻게?
 
하이에나 : 가까운 친척 중에 병에 걸려 죽은 소녀가 있었어. 우리 옆집에 살았는데 어린 소녀지만 병 때문에 매일 비명소리를 멈추지 않았어. 밤마다 두려워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 올리고 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런 소녀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더 두렵고 끔찍했어.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억지로 끌고 갔어.  아직도 그때의 오한이 느껴져. 봐봐,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나비잠 : (우아한 목소리로) 내 동정을 바라며 널 놓아주기 원하는 거라면, 이번에도 넌 실패했어!
하이에나 : 삼촌 때문이었어! 평소에도 나를 놀리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분이셨어. 내가 무서워 덜덜 떠는 것을 보더니 억지로 소녀에게 키스하라고 강요했어!
공룡 : 부모님께 달려가 도움을 청하면 되잖아?
하이에나 : 모르겠어? 부모님은 항상 필요 없을 때는 잔소리를 하고, 진짜 필요 할 때는 없는 법이야!
나비잠 : 처음으로 너에게 공감이 가는 군!
 
공룡 : 시체에 키스하는 것을 피할 수 없어 네크로필리아가 됐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야!
하이에나 : 난 시체에 키스하는 것이 싫었어. 하지만 죽은 소녀에게 키스하는 순간 묘한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 
나비잠 : 미성년자가 모르는 은밀한...
공룡 : 거기까지! 지금 이 우화를 18세는 읽을 수 없는 글로 전락시킬 작정이야?
 
하이에나 :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 생각해봐, 세상에서 철저하게 금지된 일, 두렵고 미치도록 공포스러운 일, 신문에서나 읽을 끔찍한 일을 내가 직접 경험했다고 상상해 봐! 그것은 일종의 희락이었어!
공룡 : 신은 우리가 흉악한 일을 저질러 엔돌핀이 샘솟기 전에 죄책감을 느끼도록 설계했어.
나비잠 : 그게 세상이 도덕적이며 윤리적으로 돌아가는 이유지.
 
하이에나 : 알아, 나도 죽은 자에게 키스하기 전에 너와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어린아이는 아무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하얀 도화지와 같은 법이야. 어떤 스케치와 색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수 만 가지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삼촌의 단 한 번의 장난은 어린아이인 내 삶을 한 순간에 변화시켰어. 그것은 희열이면서 비통이었고, 행복이면서 불행이었으며, 영혹이면서도 절망이었지.
나비잠 : 사악한 유혹은 감미로운 달콤함으로 감싸여있지.
공룡 : 우리는 뼛속까지 정의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새겨져 있어. 잘못된 행동에 대한 판단은 본능적인 거야.
 
하이에나 : 내가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난 어린 소년에 불과했어. 뼛속까지 새겨진 정의를 판단하기에는 어리고 연약한 자였다고! 그런데 어른인 삼촌은 단진 웃음거리로 날 조롱하기 위해 시체에 키스하게 했단 말이야! 잘못된 행동에 대한 판단은 본능이라고? 하지만 그 본능이 나보다 지혜로운 자에 의해 단 한번이라도 짓밟아진다면 어린아이의 본능은 180도 방향을 바꾸는 법이야!
공룡 : 어른은,,,가끔..자신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하지.
나비잠 : 모든 이들은 ‘어른’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자격증으로 취급해.
공룡 : 하지만 성장한다는 것은 시간의 진리를 배우고, 사회의 정의를 몸소 실천하며 자신의 행동에 커다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하이에나 : 그래, 삼촌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그러나 그가 단 한 번 어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어린 소년에게 행한 장난은...그 소년의 인생까지 변화시킬 정도로 잔혹했지.
나비잠 : 너에게 더 잔혹한 일은 그런 너의 온전하지 못한 정신세계를 치료 해 줄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는데 있겠지.
공룡 : 네가 가진 희열을 비통해 하며, 네가 가진 행복을 불행이라고 일컫으며, 영혹이 불러일으키는 쓰디쓴 절망을 미리 가르쳐주는 자를 만났다면 너의 인생도 달라졌을까?
하이에나 : 마르튜스가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어. 이미 나의 삶에 찾아온 가혹한 흔열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으니까. 어른인 삼촌이 내게 건, 단 한 번의 장난으로 말이야.
 
공룡 : 지금도 늦지 않았어.
나비잠 : 어쩌면 너 자신을 치료하게 되는 순간, 너처럼 잘못된 어른의 실수로 만들어진 비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들을 구해 줄 수도 있지 않겠어?
하이에나 : 너흰 정말 어린아이군. 너흰 너에게 다가온 비참한 불운을 마음대로 피할 수 있다고 믿지? 내가 이 추악한 구렁 터니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 난 수많은 절제와 인내로 나를 칭칭 감싸며 내가 정상인이 되기를 소망했어. 하지만 추잡한 행동은 멈출 수가 없었어. 단지, 삼촌이 건 단 한 번의 장난 때문에!
 
 나비잠 발아래 엎드려 있던 하이에나는 소리치면서 힘껏 힘을 주었다. 나비잠은 뒤로 벌렁 넘어졌고, 하이에나는 어둠 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나비잠 : 저 하이에나의 삼촌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로 한 생명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것을 알고 있을까?
공룡 : 우린 그만큼 현명하지 못해.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 타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나비잠 : 어릴 때 동네에서 술 취한 어른이 자신의 아이를 폭행한 것을 본 적이 있어. 할머니는 그 어른의 아버지도 그렇게 자신의 아들을 때렸다고 했지. 어쩌면 저주는 어른의 절제력 없는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일지 몰라.
공룡 : 누군가의 실수로 비뚤어진 삶의 무게중심을 다시 맞출 스승을 만난다면 저 어리석은 하이에나의 취미도 바뀔 수 있었을 테지.
 
공룡 : 매번 긴장하고 침묵으로 나를 무장한 채 거리를 질주한다면, 나의 어리석은 언어와 행동으로 사랑하는 이와 타인을 보호 할 수 있을까?
나비잠 : 올바른 진리를 배우지 못한 우리의 입술은 생각보다 가볍고, 지혜는 생각보다 얕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가볍고 얕은 말과 지혜가 독이 되어 타인을 난도질 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
공룡 : 그리고 우린....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지.  단 한 번의 실수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장을...
 
나비잠 : 맞아. 난 그 파장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네크로필리아인 너를 모시고 다니고 있잖아!
공룡 : (빈정거리며) 네크로필리아에게는 시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내가 너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더 파격적인 헤드라인 뉴스를 만들기를 원해?
나비잠 : 젠장 농담이었어! 그 살기 띤 눈동자 좀 저리로 치워 줄래!
공룡과 나비잠은 티격태격하며 마르튜스의 흔적을 쫒아 길을 떠났다.
 
<< 20011. 11. 9_영국 더 타임스 발췌>>
 무덤에서 파낸 젊은 여성의 시신 29구를 정성껏 치장해 '동거'하던 러시아 남성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고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러시아 니즈니노보고로드 경찰은 아나톨리 모스크빈(45)이 인근 묘지에서 파낸 15~25세의 여성 시신 29구를 그의 아파트에서 발견하고 그를 체포했다.
그가 최근 쓴 글에 따르면 그는 12살 때 한 11살 소녀의 장례식에 참석, 주변 어른들이 시켜서 시신의 이마에 키스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신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 네크로필리아 (Necrophilia) : 시체에게 성적 쾌감을 느끼거나, 시신을 절단하거나, 사체를 먹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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