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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수 딱정벌레의 고뇌
 

 
안절부절 하며 계속 주위를 서성거리는 폭격수 딱정벌레 옆에 공룡과 나비잠이 서있다. 공룡은 폭격수 딱정벌레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고, 나비잠은 귀찮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공룡 : 숨을 크게 쉬어봐. 그러면 조금은 안정이 될 거야.
폭격수딱정벌레 :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유행에 뒤진 충고라는 생각 안 들어?
나비잠 : (조롱 섞인 목소리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어릴 때 아빠가 자주 안아주지 않았나 보지?
공룡 :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해! 제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잊었어?
나비잠 : 녹음기가 따로 없군, 벌써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나에게 되뇌었는지 기억은 하고 있어?
공룡 :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르튜스의 정보를 알려면 저...시건방진 폭격수 딱정벌레에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폭격수딱정벌레 : 다 들리거든. 이왕에 아부를 떨려면 더 근사한 문장을 집어 던져 주면 좋겠는데!
나비잠 : (짜증을 내며) 도대체 넌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삐뚤어질 데로 삐뚤어진 거야?
공룡 : (빈정거리며) 지금 네 얘기 하는 거야?
 
폭격수딱정벌레 : 왜냐면 난 항상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지!
나비잠 : 표정은 갱년기인데 아직도 질풍노도의 사춘기라고 우기겠다는 거야?
공룡 : (나비잠의 말을 무시하며) 네가 시한폭탄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됐어. 하지만 넌, 마르튜스에 대해 알려준다고 하고는 지금 우리를 2시간째 붙잡고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어.
나비잠 : 우리의 인내도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야!
 
폭격수딱정벌레 : (소리를 지르며) 난 정말,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나비잠 : (주먹을 쥐며) 사춘기의 성적 열망이 일으키는 환상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를 부른 거라면, 넌 제대로 찾아왔어! 내가 확실하게 정신을 차리게 해주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비잠이 주먹을 쥐고 폭격수 딱정벌레 에게 달려들려 한다. 공룡은 재빨리 나비잠의 등을 껴안고 말리려고 하는 순간, 폭격수 딱정벌레가 엉덩이를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액체를 내뿜는다. 그 액체가 얼마나 뜨거운지 연기가 폭격수 딱정벌레를 한참동안 감싸고 있다. 공룡과 나비잠은 깜짝 놀라 멈췄다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나비잠 : 지금 네가 뿜어낸 것이...
폭격수딱정벌레 : (새치름한 목소리로) 내가 말했잖아
공룡 :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정말, 넌 시한폭탄을 안고 다니는 구나!
나비잠 : (소리를 지르며) 지금 네가 우리를 죽일 뻔 한 것은 알고 있어? 도대체 그 이상한 생화학 무기를 정부에 신고는 하고 다니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위험무기소유자가 함부로 거리를 질주 하냐고!
공룡 : 무시해. 겁에 질리면 말이 많아지는 돌연변이야! 그래도 먹을 것을 주면 얌전해지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나비잠 : (빈정거리며)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너를 가만히 두면 안 되겠군!
 
폭격수딱정벌레 : (짜증난 목소리로) 이건 무기가 아니라 원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거시기야..
나비잠 : (고개를 숙이며) 너무 친절한 설명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군!
폭격수딱정벌레 : 내 말은 생식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공룡 : 널 놀리려는 수작이야. 타인을 놀리면 공포에 질린 표정이 노출되지 않는 법이거든.
나비잠 : (혼잣말로) 내가 언제부터 공룡의 실험체가 된 거지?
 
폭격수딱정벌레 : 내 몸에는 두 개의 주머니가 있어. 그 두 개의 주머니에는 각각 다른 액체가 들어있지. 그 두 개의 액체가 하나의 관을 통해 나오고, 그 액체에 어떤 효소를 뿌려주면 뜨거운 액체가 되어 괄약근을 통해 적을 공격하는 거지. 이 액체는 거의 100도씨 까지 올라가!
나비잠 : (눈을 가늘게 뜨며) 누군가의 교묘한 꼬임에 넘어가 과학의 실험체로 이용된 거야? 얼마나 멍청하면 자신의 몸을 해부하는데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폭격수딱정벌레 :(버럭 화를 내며) 타인의 대화에 좀 집중 할 수 없어?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공룡 : 거시기..알았어...흥분하지 마..
나비잠 : (조롱하듯) 항상 뜨거운 액체를 지니고 있는데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폭격수딱정벌레 : (빈정거리며) 그럼, 그 뜨거운 액체를 직접 쏘아줄까? 우리의 적중률은 100%거든!
공룡 : 그거 너무 좋은 생각인데! 활활 타오른 나비잠의 최후가 마치 권선징악의 결과 같군!
나비잠 : 젠장, 농담이었어! 진정하라고! 그렇게 근사한 무기가 나에게 있다면 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겠다!
 
폭격수딱정벌레 : 내가 말했잖아! 난 항상 시한폭탄을 안고 다닌다고, 언제 이게 터질지 모른단 말이야!
공룡 :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야?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은 신의 선물이야. 터질게 뻔 한 생명체를 만드는 창조자는 없어!
폭격수딱정벌레 : 우린 단세포가 진화한 동물이야! 자연선택, 약육강식, 도태와 생활의 환경에 따라 수많은 변이를 통해 진화된 존재라고! 그러니까 어떤 환경에 의해 우리가 잘못 구성요건을 선택해 태어난다면 언제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진화는 결코 멈추지 않으니까!
 
나비잠 : 진화라고? 이해 할 수 없어. 너의 몸속에는 2개의 주머니가 있다고 했잖아. 너의 이론대로라면 진화론적 화학실험을 하려면 주머니 보다 그 2개의 액체가 먼저 생성되어 있어야 하잖아. 진화론이라면 그 액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연구해야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변화시킬 수 있지. 즉 동기가 필요하잖아?
공룡 : 하지만 2개의 방이 먼저 생성되고 2개의 액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지성이 있는 창조자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진화론이 아니고 창조론이잖아.
 
나비잠 : 2개의 액체가 생활환경에 따라 서로 합쳐져야 좋다는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그 액체의 존재가 기본이겠지. 하지만 2개의 방이 없다면 그 두 개의 액체는 몸 안에서 서로 결합하게 되고, 너희는 매일 ‘빵’ ‘빵’ 터지게 되는 거잖아.
폭격수딱정벌레 : 미안하지만 우린 억제제가 있어 ‘빵’, ‘빵’ 터지지 않아! 평소에는 무색의 액체가 얌전히 내 몸속에 있지.
공룡 : 하지만 100도씨 까지 올라가는 물질이라면 독성이 강하다는 건데 그런 독성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특수한 2개의 방이 없다면 너희가 터지기 전에 내상으로 먼저 죽을 수도 있겠네.
 
나비잠 : 더욱이 2개의 물질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관은 언제 만들어지는 거지? 그리고 그 두 개의 물질이 높은 온도로 가열되기 위한 촉매제는 어디서 언제 생성된 거야? 만약 진화론에 의해 하나씩 생성되었다면 여전히 ‘빵’ ‘빵’ 터지는 단계는 뛰어 넘을 수 없겠네! 난 너희가 멸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군!
공룡 : 이 분사 시스템은 하나씩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함께 동시에 진행돼야 활용할 수 있어 보여.
나비잠 : 아니면, 언젠가 우리의 몸 밖에서 터지기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 촉매제를 기다려야 하지. 하지만 진화론은...더 나은 것에 대한 발전인데...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독성 강한 액체를 가슴에 품고 몇 세대를 살아온다는 것은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공룡 : 진화론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정교하고, 너무...계획적이지.
 
폭격수딱정벌레 : 지금, 내 조상의 진화론을 무시하는 거야?
공룡 : 내 말은, 만약 이게 네가 말한 대로 진화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라면 너의 조상 중에 중간단계인 분의 연구문서가 남아있지 않을까?
폭격수딱정벌레 : 무슨 소리야?
나비잠 : 진화라면 중간단계가 있을 거잖아? 2개의 방이 없거나, 2개의 물질이 만나는 관이 없거나, 효소가 없거나...그런 분들의 기록이나 화석이 남아있냐는 거야?
폭격수딱정벌레 : (단호한 목소리로) 없어! 하지만 증거는 없어도 그것은 당연한 거야!
나비잠 : 이상해. 창조론자도 증거가 없고, 진화론자들도 증거가 없는데 한 쪽이 더 우수한 논문처럼 평가받고 있잖아.
 
공룡 : (뜬금없이) 왜 이 뜨거운 물질을 내뿜는 거지?
폭격수딱정벌레 : (어이없다는 듯이) 우리는 파리나 나비처럼 즉각 날 수 없기 때문에 적의 공격으로부터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이 폭격이 필요해!
공룡 : 하지만 넌....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그 무기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폭격수딱정벌레 : 난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진화는 끝나지 않았고, 더 나은 진화를 위해실험의 오류도 필요 할 테고 누군가의 희생도 존재하겠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간단계의 진화를 위해서는 ‘빵’ 하고 터진 조상도 있을 테니까. 난 그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나비잠 :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무기를 안고도 그 무기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야?
 
공룡 : 누군가 너를 만들고 너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선사한 선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거야?
폭격수딱정벌레 : 지금 마르튜스의 이야기를 하는 거야?
공룡 : 난 다만.. 너희가 이 무기를 가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 속에 살았을까 생각해 봤어. 진화론을 믿은 너의 수많은 조상들이 더 나은 후손의 미래를 위해 소멸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너희는 그 희생에 행복해 하지 못하고 미래에 태어나지 않은 폭격수 딱정벌레 때문에 자신이 다칠까봐 끊임없이 두려워하잖아.
나비잠 : 너희들의 진화에는 동기도 없고, 믿음도 없으며, 재난만 쌓여가는 구나.
 
폭격수딱정벌레 : 너희와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어! 마르튜스 이야기는 절대 해 주지 않을 거야!
 
폭격수 딱정벌레는 분노에 차서 날아가 버렸다.
 
나비잠 : 재미있는 일이야. 진화론도, 창조론도 명확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데 항상 창조론은 멍청한 종교집단의 감상적 주장이고, 진화론은 지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잖아.
공룡 : 넌 창조론을 믿는다는 말이야?
나비잠 : 내 말은 객관적으로 봐서 거기서 거기라는 거야. 두 가지 방향 중 그 어떤 것도 명확한 증거가 없잖아? 교과서에 배웠던 시조새 또한 진화론에 의해 변화된 중간단계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으니까. 성경을 믿든 다윈의 저서를 믿든, 둘 다 가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지.
공룡 : 증거가 없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믿음’이지. '믿음'이란 나보다 더 나은 자에 대한 신뢰니까. 그래서 누군가는 ‘과학’을 믿고, 누군가는 ‘하나님’을 믿지. 중요한 것은 ‘과학’은 우리의 존재 목적을 알려주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내 존재 목적을 가르쳐주지.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린 이렇게 긴 여행을 시작한 거잖아!
 
나비잠 : (뽀로통한 목소리로) 그런 의미에서, 너의 지리멸렬한 주장 덕분에 마르튜스의 정보는 ‘빵’하고 사라져 버렸지! 그 막무가내의 잘난 척을 참고, 유들유들하게 폭격수 딱정벌레에게 애교만 부렸으면!!
공룡 : 내 애교가 그렇게 보고 싶다면 지금 너에게 해 줄 수도 있어! 네가 몹시 부끄러워 할 만큼 거시기하게!
나비잠 : 젠장! 저리가! 어디서 헤벌쭉해서 큰 면상을 들이대!
공룡과 나비잠은 티격태격하며 다시 마르튜스를 찾아 길을 떠난다.
 
 
* 폭격수 딱정벌레

폭격수 딱정벌레(bombardier beetle)는 2 개의 주머니(sacs)를 가지고 있다. 한 주머니에는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를 가지고 있고, 다른 주머니에는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을 가지고 있다. 또한 딱정벌레는 위협을 느낄 때, 이 두 물질이 주입되어 나오는 세 번째 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액체인 효소들이 이 방 안으로 주입된다. 그리고 이 효소들은 유해한 두 액체가 끓는 점 가까이 가열되도록 하여, 공격하는 동물을 향하여 놀라운 정확도를 가지고 배출관을 통하여 발사되도록 촉매로서 작용한다.
 
 
이 뜨거운 화학 수프는 발화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놀라운 괄약근(sphincter)을 통하여 분출되는 것이다. (연소관에서 딱정벌레는 두 종류의 효소 카탈라제와 페록시다제를 분비한다. 카탈라제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급격하게 분해시키는 효소이다. 페록시다제는 그 산소를 이용하여 하이드로퀴논이란 물질을, 독성을 가지며 가려움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인 퀴논으로 급격하게 산화시키는 촉매작용을 한다.)
 
 
폭발음과 함께 거의 모든 방향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정확히 발사되는 독성 액체의 온도는 놀랍게도 섭씨 100도에 이른다.
이런 능력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을 보완한다. 파리나 나비 등과 달리 폭격수 딱정벌레는 즉각 날아오르지 못하는데 이 때문에 개미 등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액체 폭탄을 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생명을 보존한다.
 

화학물질들은 벌레의 뱃속에 따라 보관되어 있다가 유사시 하나로 섞이면서 온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이 덕분에 폭격수 딱정벌레는 안전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러나 문제의 독액이 몸에 묻어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고 하겠다.
 
 
인터넷 핫이슈로 떠오른 폭격수 딱정벌레의 놀라운 방어술에 대해 처음 확인한 연구자는 미국의 곤충학자인 토마스 아이스너와 다니엘 애니샌슬리이다.
한편 이 벌레는 뜻하지 않게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에서 발간된 한 어린이용 도서(Bomby the Bombardier Beetle)는 이 벌레의 너무나 복잡하고 경이로운 내부 구조가 치밀하게 계획된 창조에 의한 것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유발했다.
이 벌레를 입에 넣었다가 곤욕을 치른 사람도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이 벌레를 입에 물었다가 혀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양손에 벌레를 쥐고 있던 찰스 다윈은 세 번째 벌레를 발견하고는 ‘손’이 필요해 쥐고 있던 폭격수 딱정벌레 한 마리를 입에 넣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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