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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안주한 어리석은 개구리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위에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솥이 있다 그 안에는 초록점이 있는 개구리가 헤엄치고 있다. 공룡은 당황한 표정이고, 나비잠은 한껏 조롱 섞인 미소를 짓고 있다.
 
나비잠 : (비웃는 말투로) 그러니까, 너 말은 헤엄치기 딱 좋은 온도라는 거야?
개구리 : (심드렁한 목소리로) 맞아. 미지근한 기운이 찰진 진흙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나비잠 : 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유는 낮술 때문이라는 거야?
개구리 :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난, 술을 마시지 않아. 단지 낯선 이들이 내 목욕장면을 훔쳐봐서 부끄러울 뿐이야!
나비잠 : (조롱 섞인 목소리로) 난 네가 최근 유행하는 초록 바탕의 검은색 점박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개구리 :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천성적인 불치의 피부병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나비잠과 개구리의 비웃음 가득한 힘겨루기 대화를 듣던 공룡이 소리를 지른다.
 
공룡 : 제발 거기서 나와! 그러다가 넌 죽고 말거야!
나비잠 : 침착해. 죽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공룡 : 지금 느긋하게 빈정거릴 때가 아니야! 지금 저 개구리는 팔팔 끓는 물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고!
나비잠 : 중요한 것은 저 멍청한 개구리는 자신이 미지근한 물속에서 평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개구리 : (짜증난 목소리로)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이 물은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다고!
나비잠 : 네 주위를 맴도는 하얀 연기는 부끄러운 나신을 가리기 위한 최신 FX용 드라이아이스라고 주장할 셈이야?
개구리 : 온천도 하얀 연기는 내뿜는 법이야. 그렇다고 온천에서 화상으로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어!
공룡 : (침착한 목소리로) 좋아, 낯선 이방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자세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우린 불량한 나그네가 아니야.
나비잠 : (피식거리며) 황량한 사막에서 타인을 설득시키기에는 너무 독창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은 안들어?   
 

공룡 : (나비잠의 말을 무시하고) 정 내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온도계를 갖다 줄 수도 있어.
개구리 : (심드렁한 목소리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온도계가 아니라, 조용한 안식이야!
나비잠 : 나쁘지 않군! 조용한 안식이 보장되는 정신병원을 한 군데 알고 있는데 추천해 줄까?
 
공룡 :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 물이 뜨겁지 않다고 주장하는 거야? 너 몸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주위는 온통 수증기로 가득한데?
나비잠 : (냄새난다는 듯이 코를 쥐며)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터지는 물방울은 너의 생리현상이라고 말할 생각이야?
개구리 : (새치름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처음 이 물에 몸을 담갔을 때, 이 물은 미지근했어. 그러니까 지금도 미지근한 게 당연하지!
 
공룡과 나비잠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공룡 : 이곳은 사막이야! 저 하늘높이 떠 있는 뜨거운 태양이 보이지 않아? 바람한 점 없이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느껴지지 않아?
개구리 : (나른한 목소리로) 그게 뭐?
나비잠 : 미련하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할 셈이야? 뜨거운 태양이 물의 온도를 높일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개구리 : (고집스럽게) 중요한 것은, 너희가 말한 것처럼 이 곳은 사막이고 난 다시 이런 귀한 물을 만나기 어려울 거야! 다행히 내가 이 물 안에 빠졌을 때 이 물은 미지근했으니까 지금도 미지근한 게 당연해!
 
나비잠 : 미지근하기를 절실히 바라는 거겠지. 그래야 이 솥을 찾기 전에 느꼈던 피폐한 목마름을 피할 수 있으니까!
공룡 : 슬며시 다가오는 쓰라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중얼거리고 싶은 거겠지. 네 연약한 피부가 달궈지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고 자신을 설득하면서...
 
나비잠 : 만약, 네가 처음 이 물에 몸을 던졌을 때, 물이 뜨거웠다면 재빨리 튀어나왔겠지. 
공룡 : 만약, 네가 쉽게 얻은 행운에 안도하며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살이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 점점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민감하게 느꼈을 거야.
나비잠 : 그리고 힘들더라도 다시 꿈을 꾸며, 뜨거운 솥을 탈출해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아 기나긴 여정에 몸을 맡겼겠지.
공룡 : 하지만 넌 어쩌다 얻은 목욕탕에 안주하고, 점점 높아지는 물의 온도를 부정하면서 현실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어. 뜨거운 열기가 너의 희망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도 잊은 채.
 
나비잠 : 어쩌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현실 속에 정체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찾아 사막으로 떠난다면, 수많은 고통과 갈망이 목구멍을 할퀼 거라는 생각에 두 눈을 지그시 감아 버렸겠지.
공룡 : 결국 꿈을 향한 레이더는 무뎌지고 낡아져 맹렬한 열기 속에 맥없이 녹아 버린 거야.
나비잠 : 마치 주위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너는 구시대의 유물을 현대의 매력적인 유행이라 주장하며 낙오자가 되고 말겠지.
 
개구리 : (소리를 꽤 지르며) 재수 없는 나그네들! 다시 말하지만 이 물은 미지근하다고!
 
그렇게 소리치고 개구리는 뜨거운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설득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공룡과 나비잠은 다시 사막 속으로 발을 디뎠다.
 
나비잠 : 왜 우리는 뜨거운 물은 쉽게 경계하면서, 슬그머니 높아지는 물의 온도는 재빨리 깨닫지 못할까?
공룡 : 마르튜스는 세상의 모든 악은 교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나비잠 : 무슨 소리야?
공룡 : 생명을 위협할 만큼 사악한 악(惡)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어 조심할 수 있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악(惡)은 약삭빠른 언어로 우리를 현혹시킨다고 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익숙한 독이 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는 거야. 그리고 순진하게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순응하게 되지.
나비잠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말, 개구리는 저 물이 미지근하다고 믿고 있다는 거야?
공룡 : 누구나 팔팔 끓는 물은 예민하게 느끼고 다가가지 않지. 하지만 서서히 달궈지는 물은 우리가 잠시 한 눈을 팔고 허황된 세월에 안주하게 되면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
나비잠 : 그럼, 우린 도태되고, 뒤쳐져 우리가 품었던 꿈과 목표를 모두 잃어버리겠지. 우린 생각보다 나약하고, 생각보다 판단력이 날카롭지 못하니까.
공룡 : 그래서 마르튜스는 항상 자신보다 나은이에게 평가받고 질문하고 그 분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했어. 그렇지 않으면 저 개구리처럼 솥 안의 물은 결코 뜨거워지지 않을 거라는 불분명한 정의를 끌어안은 채 서서히 메말라 버릴 수도 있을거라고 했어.
나비잠 : 뭔가 이상한 기운에 몸서리 칠 때는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안에서 슬피 울며 생을 마감하겠지.
 
한동안 안타까운 한 숨이 공룡과 나비잠 사이를 맴돌았다.
 
공룡 : (경쾌한 목소리로) 생각해 보면, 난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나비잠 : (경계하는 눈초리로) 무슨 매력?
공룡 : 인자한 매력을 휘둘러 적도 서서히 내 친구로 만드는 매력! 마치 네가 경험 없는 나를 동행자로 선택한 것처럼!
나비잠 : 젠장! 사막의 열기가 서서히 너의 정신을 나가게 한 것 같은데, 걱정 마! 내가 뜨거운 주먹으로 한 방에 제정신 차리게 해줄께! 도망가지 마라니까!
공룡과 나비잠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마르튜스를 찾아 길을 떠났다.
 

조지 바나의 <솥 안의 개구리(The Frog In the Kettle)>라는 책에는 개구리 실험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팔팔 끓고 있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깜짝 놀라 바로 튀어나와 살지만, 솥 안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그 안에서 서서히 동화되어 있다가 결국 열기에 죽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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