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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 옛날영화

[그린파파야의향기] 서정적인 색기가 그득한 첫사랑-1993

<<시간도 대사도 뒤죽박죽 줄거리>>

10살의 무이는  베트남 한 골목길을 헤맨다. 어린 소녀는 가난에 허덕이는 집안을 위해 남의 종살이를 하기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낯선 침대에 앉은 무이는 처량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어린 소녀에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공포와 더불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잔뜩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주인마님은 남편에게 10살의 무이를 보며 오래전 죽은 딸이 생각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남편은 쓸데없는 생각이라 말하고 자신의 음악에 심취할 뿐이었다.

 므이가 잠자리 옆 창문가에는 그린파파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리고 잘려나간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수액이 톡톡 음악처럼 나뭇잎을 헤매고 있었다.

 나뭇잎사이를 천천히 흐르는 수액을 보며 미소를 짓는 므이. 어색한 공간속에서 길을 잃는 가난한 소녀라 할지라도 상큼한 기운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0살의 소녀가 하기에는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므이는 망설이지 않고 희망을 가득안은 채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

 므이가 일하는 곳 2층에는 노마님이 사신다. 그분은 외부로 나가시지 않고 매일 불단에서 공양을 한다. 5살 어린 나이에 죽은 손녀와 더불어 사랑했던 남편의 죽음은 노마님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다.

 므이는 죽은 5살 토야의 사진을 조용히 바라본다. 마치 어린 소녀의 환생처럼 보이는 므이의 다소곳한 표정은 죽은자의 평온함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므이에게 다가온 첫사랑... 주인아들의 친구인 쿠옌은 스치듯 므이의 곁을 지나간다. 짧은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므이.. 비록 이뤄지지 않을지라도..사랑의 오묘한 감정은 10살 소녀의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므이의 삶은 그리 화려하게 펼쳐지지 않을지 모른다. 연약한 개미가 커다란 먹이를 지고 평생 일하다 죽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므이는 미소짓는다. 어린나이에 미래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란..하루씩 흘러가는 것이지 10년씩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자같다.. 그렇기 때문에 므이는 미래가 아닌 오늘을 조용히 인내하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인댁 둘째 아들은 세상의 모든 진리가 싫다. 아버지는 매번 돈을 갖고 저 멀리 떠나있다가 가진게 없어지면 집으로 되돌아와 악기만 연주한다. 사랑하는 여동생은 아버지를 찾다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날밤 죽었다. 가장이 된 어머니의 지친 어깨와 무위도식 허송세월을 보내는 아버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소년의 잔인한 폭력의 기운으로 슬슬 끌어당긴다.

 그렇다고 므이에게 항상 기쁨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댁 막내아들은 사사껀껀 므이를 곤경에 빠뜨리게 한다. 그러나 므이는 그런 아이를 미워하기 보다 자신의 잘못을 조용히 채찍질 한다.

 주인마님은 일하는 어린 므이를 조용히 바라본다. 땀흘리는 므이의 목덜미를 바라보던 주인마님은...오래 전에 사라져간 자신의 어린 딸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문득 므이의 목덜미에 배인 노동의 흔적을 닦아주고 싶은 강렬한 모정을 느낀다. 

 대문밖에서는 늙은 노인이 서성거리고 있다. 므이를 보며 미소짓는 할아버지..왠지..그에게 슬픈 사랑의 기운이 느껴진다.

 한 밤중.. 자고 있는 므이의 침대에서 주인마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늘거리는 천 사이로 지그시 므이를 쳐다보는 눈동자속에는 세상의 슬픔이 가득 고여있다. 깊은 잠에 든 므이는 마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딸이 죽고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기로 한 남편이... 딸과 닮은 므이가 들어오던 날.. 모든 재산을 챙겨 다시 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한 주인마님은 삶을 져버리기보다 다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사랑은 그렇게 주위를 맴돌며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지만... 생명은 끈질기게 그녀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2층에서는 노마님의 조용한 공양소리가 집안을 채운다.

 팔리지 않는 포목..

 점점 악동으로 변해버리는 막내아들..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아버지 덕분에 무언의 폭력을 알게 된 둘째 아들.. 집안은 점점 불행해 지고 있었다. 다만....

 므이는 달랐다.

 쌀독에 단 한톨의 쌀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므이의 한숨은  튀어나와 집안의 공기에 동참하지 않는다.

 마치 삶은 온전한 완성을 위해 가끔 거친 풍랑이 일뿐...다시 잔잔해 질거라는 것을 아는 수도사처럼 조용히 삶에 수긍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마님이 아들의 가출을 주인마님 탓이라고 혼내고, 그로인해 주인마님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그 모습을 본 둘째 아들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다음날...

 그린파파야의 열매로 요리를 한다. 투박하고 곧은 열매 사이에 숨겨진 수많은 씨앗은...부처의 사리처럼  소리내지 않고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므이의 감정같다.

 그리고 포목이 팔리고 쌀이 생기자 찾아온 므이의 첫사랑 쿠엔..

 자신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쿠엔에게 다가가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주고 뒤돌아서는 므이..입가에 번진 미소는.. 단지 사랑하는 이를 만난것 뿐인데 가장 소중한 사랑을 쟁취한 자처럼 화사하다.

 주위를 서성거리던 노인은 므이에게 말한다. 노부인을 오래전부터 사랑했지만 노부인은 7년동안 외부로 나오지 않고 집까지 옮겨버렸다고 고백한다. 노인은 단 한번이라도 노부인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므이는 애타는 노인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몰래 노부인의 방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노인은 멀리서 노부인의 외로운 등을 바라보며..눈물진 미소를 띤채... 뒤돌아간다. 사랑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진실을 므이에게 가르쳐주고 말이다..

 

 그리고 패물을 훔쳐 사라진 주인이 나타나지만 그는 병들고 지쳐있었다.

 자신이 아끼는 골동품을 모두 팔아 남편의 치료비를 마련하는 주인마님..

 그러나 남편은 죽고..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른다.

 아름답게 성장한 므이는

 어느새 늙어버린 주인마님의 절친한 친구가 됐다.

 그러나 아버지처럼 가족을 돌보지 않는 큰아들덕분에 가세는 기울고..

 주인마님은 더 이상 므이를 데리고 있을 수 없게 된다.

 주인마님은 자신의 딸에게 물려줬어야 할 소중한 물건을 므이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엎드려 울고 있는 므이에게 므이가 있었기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죽은 딸이 살아온것 같아 얼마나 즐거웠는지 조용히 고백한다.

 므이가 떠나던 날 노부인은 슬픔에 겨워 쓰러지고 므이는 처음으로 가슴속에 격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므이는 첫사랑이었던 쿠엔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 쿠엔이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면 므이는 불을 밝히고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쿠엔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은 므이가 아닌..

 그의 약혼녀 였다.

 그들이 함께 밤을 보낸던 날..

 므이는 조용히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날 그들을 위해 아침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미소짓는 그녀의 표정에 비해 마음속에는 폭발음이 거대하게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벗겨진 약혼녀의 신발을 탐내게 되지만... 므이는 자신의 삶이 약혼녀의 삶과 다르다는 것을 금새 깨닫고 서둘러 방을 나선다. 신데렐라의 전설은 그렇게 무너진다.

 여전히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어지던 어느 날..

 언젠가부터 쿠엔의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므이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간 빈 공간에 홀러남아.. 그녀의 닮은 부처상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조용하기만 하던 꽃잎이 잠깐 흔들리던 날..

 므이는 불상을 그린 쿠엔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싱긋 웃는다.

 쿠엔이 집에 없는 날... 므이는 주인마님이 주신 선물을 입는다.

 그리고 쿠엔방에 있던 약혼녀의 립스틱을 가지러 간다.

 서랍속에는 립스틱 말고 부처초상화가 있었는데..왠지..므이를 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므이는 거울을 보며 빨알간 립스틱을 바른다. 쿠엔이 없는 집안에서 쿠엔이 사랑하는 여인의 립스틱을 바르는 므이의 표정은 화사하다. 므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자신의 사랑스러움으로 보답없을게 뻔한 쿠엔의 사랑을 위로해 본다.

 하지만 어느새 집으로 돌아온 쿠엔은 므이를 발견하게 되고..

 당황한 므이는 재빨리 도망간다. 그러나.. 쿠엔은 그녀를 잡으려 하고,,

 결국 맞닺치는 두 사람...

 그러나.. 서로는 미묘한 여운에 얼굴을 돌리고..

 쿠엔은 말없이 므이를 떠난다.. 립스틱을 지으며 깊은 한 숨을 내쉬는 므이

 약혼자의 모습에서 낯선 향기를 맡는 약혼녀..그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혼란하게 한다.

 하지만 약혼녀는 단지 불을 켜는 므이가 지나가기만 해도 약혼자의 강렬한 피아노음이 넘실되는 것을 듣게 되자..자신의 사랑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오랜 망설임을 안고.. 므이의 방을 찾는... 쿠엔..

 깨어진..약혼..

 뒤늦게 돌아온 쿠엔은 약혼녀에게 뺨을 맞은 므이를 찾아온다. 하지만 쿠엔의 입술사이에서는 다정한 위로도 애정어린 사과도 없다. 단지 아무말 없이 한 권의 책을 건네줄 뿐이다. 그것은 작문법이었다.

 쿠엔은 므이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인 것도, 부귀와 명예를 주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동안 아무런 말없이 침묵에 쌓여있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언어를 가르켜주기로 맹세함으로써... 절대평안에 잠겨있던 부처..아니 므이를..아름다운 세속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 사랑스럽고...매혹적이었다.

 므이는 오늘도 그린파파야의 열매로 요리를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열매를 확인한다.

 투박하고 곧은 열매안에는 씁쓸한 절망, 고된 외로움, 피로한 슬픔 등등이 깊게 숨어있었다. 마치 므이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폭풍우가 밀려오더라도..므이는 알고 있다. 고요한 바람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거고.. 자신은 변함없이 그 안에 똑바로 서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새 동등하게 되버린 쿠엔과 므이처럼 말이다...

* 나비잠중얼거리다
-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거의 대사없이 음악으로 진행되던 전개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이 전해주는 므이의 섬세한 감정이 가슴을 애뜻하게 전율시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남녀주인공이 거의 말을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영화가 지루할거라는 짐작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루하기 보다..궁금하고 기대되고.... 살짝..야하다는 느낌까지 전달받게 된다..

 베트남 영화라고 하지만 감독이 프랑스 이민2세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영화의 전개가 프랑스적이라는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감각적 묘사가 꽤 탁월하고 음악기법으로 진행되는 극의 긴장감이 미려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대사는 극히 절제되있고 음악이 모든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대변하기 때문에..영화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젠장.... 하여튼..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적 이미지 구현에 뛰어나다.. 무엇보다 므이를 부처의 평온과 대치시킴으로써 대립과 분노 그리고 절망과 슬픔을 부드럽게 극복시키는 방법이 근사하다.. 마치.. 들판위에서 폭풍우에 견디어내는 나무 한그루같다고 할까...

 감독은 다음 작품 '씨클로'로 베니스에서 상을 받게 되는데..그 이후.... 그의 종적이 없다..사실 '씨클로'는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인지..나비잠은..별로였다.. '그린 파파야의 향기'의 여 주인공은 실제 감독의 부인인데 예쁘다..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매력을 잔뜩 가지고 있다. 아쉽게도 이 여자역시 그 후의 종적이 묘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2008~2009년에 조쉬 하트넷, 이병헌,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라는 영화에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 이 영화에 부인 또한 함께 출연한다니.. 한 번 기대해..볼까나...젠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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