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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짓을 멈춰버린 날개있는 새의 비애
 
 
과일 나무가 무성히 어울려진 곳. 키위새들이 나무 아래로 떨어진 과일들을 주워먹고 있다. 그 중 한 마리곁에 공룡과 나비잠이 서있다.
나비잠 : 네가 새라면, 난 사람이야.
키위새 : 네가 사람이라면, 난 신이야.
나비잠 : 신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비대한게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 안해?
키위새 : 사람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건방진게 기품이 떨어진다고 생각 안해?
공룡 : 둘 다 그만해! 벌써 몇시간채 서로를 난도질 하는거야? 끝나질 않을 비방이라면 이쯤에서 그만둬!
나비잠 : (빈정거리며) 새의 기본 조건은 하늘을 날아야 한다고! 곤충인 나도 나는데 저 뒤뚱거리는 털복숭이는 날지도 못하면서 새라고 우기고 있잖아!
공룡 : (나비잠의 말을 무시한 채 키위새를 바라보며) 신경쓰지 마.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다른 이들을 함부로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돌연변이야.
키위새 : 돌연변이 주제에 순수한 혈통인 나를 공격한 거야?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언제부터 저런 몰상식한 범죄인이 제재도 받지 않고 마구 돌아다니게 된 거지?
나비잠 : 땅거지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열매나 주워먹는 주제에 순수혈통이라는 단어가 너에게 가당키나 해?
 
 나비잠과 키위새는 서로 으르렁 거리며 노려본다. 공룡은 고개를 저으며 그 둘 사이에 끼어든다.
 
공룡 : 좋아. 이 문제는 간단해. 네가 새라면 날면 돼. 그럼, 더 이상 그 누구도 너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나비잠 : 이제까지 뭘 들은거야? 내가 저 순수혈통에 자비를 구한게 생각나지 않아? 바닥에 떨어진 열매는 배고픈 우리에게 양보하고, 부디 품위있는 키위새는 저 높은 가지 위로 날아가 기품있게 식사하라고 했더니 저 뚱뚱보가 뭐라고 했어?
공룡 : 물론 날지 못한다고 했지. 하지만 지금 날개가 다쳐서 날지 못한다고 한 걸 거야.
키위새 : 난 못 날아. 지금도 못 날고, 내일도 못 날아!
공룡 : (눈살을 찌푸리며) 날지 못하면...새라고 하기에는...애매모호하지...
나비잠 : (눈을 게슴치려 뜨며) 우린 저런 자를 사기꾼이라 부르지!
키위새 : 우리 종족은 새야! 우리가 뉴질랜드의 대표하는 새라는 것은 백과사전을 조금만 뒤적거려도 찾을 수 있다고!
나비잠 : 그럼, 네가 나라망신은 제대로 시키고 있는 거군!
키위새 : (갑자기 몸을 뒤적거리며 속살을 보여주려 한다) 좋아. 내가 증거를 보여주지!
나비잠 : 이 우화를 19세금으로 만들 생각이야? 어디서 지저분한 속살을 드러내!
 
키위새가 보여준 날개는 너무 작고 굽어있었다.
 
나비잠 : 뭐야? 이게 날개라고?
공룡 : (조심스러운 말투로) 날개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고 앙상해 보이는군..
키위새 : (새침한 목소리로) 퇴화된 날개라서 그래.
나비잠 :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새에게 날개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서 그래? 씹다만 껌처럼 필요없으면 뱉어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공룡 : 새에게 한순간이라도 날개가 없다면 허기를 이겨낼 수 없고, 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도 없어. 끊임없이 날개를 사용하여 날아다니지 않는다면 새의 존재는 사그라지는 먼지처럼 금세 소멸하게 돼. 그런데 그런 날개가 어떻게 퇴화 될 수 있지?
 
키위새 : (무심한 말투로) 우리 종족이 이 곳에 둥지를 지었을 때, 이 풍족한 섬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게 우리를 망쳤어.
나비잠 :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으며) 은유와 상징은 너의 볼품없는 날개에 담고, 자세한 서술과 묘사를 우리에게 던져줘봐.
키위새 : 더 설명할 것도 없어. 이 따뜻한 섬은 온갖 과일열매로 가득찼고, 촉촉한 땅은 수많은 먹이로 우글거렸지. 더욱이 우리를 위협할 어떠한 맹수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먹고, 자고, 놀고 그 이외에 할 일이 없었어.
공룡 :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너 말은...그 소중한 날개가 퇴화된 이유가....고작 먹고 놀기위해 멈췄다는 거야?
키위새 : 우린 그때 몰랐어. 부족할 것 없는 섬의 생태계가 축복이라고 생각했어. 우리를 해치는 자도 없었고, 먹이가 결핍된 적도 없었으니까. 우린 날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었고, 우린 날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었지. 우린 생존과 꿈을 위한 날개짓을 잠시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어. 그게 재앙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들이 우리를 발견한 후였어.
나비잠 : 누구?
키위새 : 마오리족이 이 섬을 발견하고 그들이 이 곳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의 행복은 종말을 고했어.
공룡 : 그들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이가 필요했을테니까.
나비잠 : 날지 못하는 포동포동한 키위새는 먹이감으로 손색이 없었겠지.
키위새 : 상상해봐.. 오랜간만에 만난 천적을 피하기 위해 신이 주신 날개를 활짝 펴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앙상한 뼈대라니...더욱이 날아가기 위해 애썼지만 비대해진 몸은 중심을 잃고 뒤뚱거리기만 할 뿐 우리의 다리는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얼마나 우습고 추레했을까?
나비잠 :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아니야?
키위새 : (화난 목소리로) 너의 잔인함을 다시 되새김질 할 필요는 없어. 
 
공룡 : 자신이 가진 날개의 잠재력을 의심하지 않았겠지. 태어남과 동시에 힘차게 퍼덕거리던 날개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나비잠 : 어제의 날개짓이 오늘 하루 멈췄다고 내일 굳어버릴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않았겠지.
키위새 : 우리 종족은 수많은 시간을 포악한 천적에게 공격당하고, 수많은 시간을 쓰라린 허기로 절망하고 살았어. 그런데 갑자기 포식자에게 자유로워지고, 굶주림에 해방되었는데 그 누가 다시 불필요한 날개짓을 다시 하겠어? 그때 우린 옳은 선택을 했다고 확신했어.
공룡 : 자신이 평생을 꿨던 꿈은 안락과 평안에 몸을 기대고, 길을 잃고 굳어져버렸겠지.
나비잠 : 오랜 시간 날개짓을 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내재된 퍼덕거림을 믿고, 오늘 하루의 날개짓은 의미없다고 자신을 설득했겠군.
 
키위새 : 마르튜스는 끊임없이 우리가 접어버린 날개를 다시 펼쳐야 한다고 설복했어. 우리가 재난이었다고 생각했던 시험과 환난이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고 했어. 그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 대비하고 준비해기 위해서는 결코 날개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 그래야 우리의 목적,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 비대해진 축복을 맘껏 즐기던 우리 모두 그런 마르튜스에게 돌맹이를 던졌어.
공룡 : 이제 너희는 허공 위를 날으며 맛보았던 차가운 희망의 기운을 더 이상 느낄 수가 없겠군.
나비잠 : 이제 더 이상 위기와 위협속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던 벅찬 희열은 너희를 찾아 올 수 없겠지.   
키위새 :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을 낭비했군, 빨리 먹이를 물고 어두운 땅굴속으로 도망가야 해. 마오리 족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니까.
 
키위새는 공룡과 나비잠을 뒤로 둔 채 뒤뚱거리며 사라졌다.
 
나비잠 : 우리가 잘못생각 한 걸까?
공룡 : 뭐가?
나비잠 : 삶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절망과 시험이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한 함정이 아니라,  우리의 날개가 굳어지지 않도록 하는 자극제일까? (뜨악한 표정으로) 세상에...그럼 평생을 그 고통의 재앙속에서 날개짓하며 피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거야?
공룡 : 우린 인내는 짧고 끈기는 무디지.
나비잠 : 무슨 뜻이야?
공룡 : 우린 정해진 기한내의 고통은 참아낼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어. 하지만 기약없는 고난에는 쉽게 허물어지지.
나비잠 : (조롱하듯) 스스로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중얼거리는 거야?  
공룡 : 내 말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괴로움에는 더 이상 날개짓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체념하고 포기하고 말지. 더욱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불행한 사고는 우리의 날개짓을 멈춰야 한다고 유혹하는 법이야.
나비잠 : 너 말처럼 우리의 인내는 짧고 끈기는 무디다면 언제까지 액운과 액화를 참을 수 있겠어?
공룡 : 그래서 마르튜스는 말했어. 우리는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예지몽이 없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나은 자에게 기대어 날개짓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어. 우린 알지 못하지만 우리보다 더 위대한 창조자는 우리가 날개짓을 정확히 멈춰야 하는 시기를 알고 계시기 때문에 재앙이 몰려오더라도 그에게 간곡하게 매달려 더 힘차게 날개짓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포기는 날개짓속에서 사멸해 버리지.
나비잠 : (조롱하듯) 축복과 재앙을 번갈아 주기 보다 행운만 줄 수는 없는 거야?
공룡 : 키위새를 봤잖아. 영원한 축복이 날렵하고 영리하던 그들을 어떻게 만들었어? 평생을 꿈과 희망도 없이 무위도식하며 살아가는 자들이 행복할 것 같아?
 
나비잠 : 중요한 것은 나에게 넌 시험과 환난이야.
공룡 : 그래서 그나마 그 몸매를 유지하는 거야. 끊임없이 너를 자극하는 내가 없다면 키위새의 오동통한 몸매는 바로 너의 미래가 될 테니까!
나비잠 : 그 수백번 접어진 살이나 펴고 말하시지?
공룡 : 몇 번을 이야기해야 알아듣겠어! 이것은 살이 아니라 주름이라고! 내가 너 앞에서 꼭 스트립쇼를 해야 되겠어!
나비잠 : 저리가! 어디서 그 뻔뻔스러운 몸매를 드러내는 거야!
 
공룡과 나비잠은 티겨태격하며 마르튜스가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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