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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짹만 웅얼거리는 참새의 사정
 

 
 번화한 도시 광장 벤치. 참새가 벤치에 앉아 열심히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공룡은 성실하게 참새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홀로 서 있는 나비잠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나비잠 : (화난말투로) 도대체 언제까지 시시덕거리고 있을 거야?
공룡 : (최소한 예의를 갖춘 목소리로 참새에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무식한 주제에 잘난 영혼들에게 턱없는 경계심을 갖는 돌연변이야.
나비잠 : (조롱하며) 기분이 나쁘면 잘난 영혼들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는 버릇이 있으니 조심해!
참새 : (침착한 목소리로 공룡에게) 걱정 마, 기자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예의 없는 무지렁이의 협박은 우습지도 않으니까.
나비잠 : 꼴에 기자라고 거들먹거리기는. (공룡을 바라보며) 부디 촐싹거리며 뛰어다니는 습관이나 고치고 타인을 논하라고 전해주겠니?
참새 : 꼴에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튕기기는. (공룡을 바라보며) 부디 경망스럽게 웅얼거리는 습관이나 고치고 타인을 논하라고 전해주겠니?
 
 나비잠과 참새가 아옹다옹 거리자 공룡은 둘을 떼어 놓는다. 그리고 나비잠을 저 만치 데려간다.
 
공룡 : (어이없다는 듯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만나는 자마다 모두 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나비잠 : (입술을 삐죽거리며) 드디어 내 매력을 탐구하기로 결심한 거야?
공룡 : 너 매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돈 줄은 쟤뿐이 없어. 우리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3일을 견딜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거 기억나?
나비잠 : (공룡의 충고도 무시하며) 아무래도 수상해. 기자라고 하기에는 경박스러워. 왜 저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뜨거운 불에 데인 자처럼 계속 뜀박질을 하는 거야?
공룡 : (긴 한숨을 쉬며) 잰, 참새야. 참새란 종족은 원래 그렇다는 거 정말 몰라서 이래?
나비잠 : (공룡의 말을 무시하며) 왠지 이상해. 내 예리한 예감은 저 자를 조심하라고 채근하고 있단 말야.
공룡 : (눈을 갸름하게 뜨며) 혹시 질투하는 거야?
나비잠 : (무슨 소리냐는 뜻한 표정으로) 뭘?
공룡 : 저 참새 기자가 촌스러운 네가 아닌 매력적인 나를 선택해서?
나비잠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두 끼를 굶더니 헛것이 보이니? 내가 제 정신 차리게 도와줘?
 
참새 : 너희의 다정한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난 바쁜 기자라고!
나비잠 : 바쁜 기자가 시시껄렁한 공룡이나 선택해서 기사를 만들려고 하다니! 천성적인 기자의 눈썰미가 없어!
공룡 : (입술을 삐죽거리며) 질투 맞네!
나비잠 : (소리 지르며) 아니라고!
참새 : (공룡에게) 천박한 것도 모자라, 무례하기까지 한 돌연변이는 왜 데리고 다니는 거지?
공룡 : 내가 지적인데다 심지어 너그러운 자비심까지 가지고 있거든.
나비잠 : 기자치고는 넘 격 떨어지는 단어를 남발하는 거 아니야?
공룡 : (조용한 목소리로) 시비를 걸기 전에 3일치 식량을 생각하라고!
참새 : (잘난 척하며) 이래봬도 난 우리 신문사에서 촉망받는 기자라고!
나비잠 : (참새의 노트북을 바라보며) 좋아, 촉망받는 기자의 기사는 어떤지 심히 궁금해지는데?
참새 : 기자의 생명은 보완에 있어!
나비잠 : 겨우 너저분한 여행기 몇 줄에 너 목숨을 걸겠다는 거야?
참새 : (자부심에 사로잡힌 목소리로) 나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어, 너희 같은 이름 없는 여행가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탐험가로 바꿔 줄 수 있지.
나비잠 : (의심하는 표정을 띠며) 기자라기보다 사기꾼에 가까운 설명인데?
참새 : (벌컥 화를 내며) 난, 진실을 전하는 기자라고! 평범한 진실도 독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문체를 가졌다는 거야!
나비잠 : (화내는 참새의 허점을 발견하고 재빨리 노트북을 빼앗으며) 그럼, 얼마나 잘 쓰나 볼까?
공룡 : (절망적인 목소리로) 나비잠, 3일치 식량을 생각하라니까!
참새 : 이 무지막지한 범법자, 내 노트북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하겠어!
 
 나비잠은 참새의 손길을 피하며 노트북에 쓰인 기사를 본다. 그리고 순간 굳은 표정을 띠며 설쳐대는 참새를 바라본다. 심상치 않은 표정에 공룡이 의
아해 한다. 참새도 갑자기 말이 없어진 나비잠을 이상한 표정으로 나비잠을 쳐다본다.
 
공룡 : 왜 그래? 네 욕이라도 써 있어?
나비잠 : 그보다 더 심각해.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공룡 : 그러게 책 좀 읽으라고 했잖아! 미안해 참새야. 잰, 초등학생도 아는 은유법과 비유법에 대해 무지해.
나비잠 : (짜증내며) 그럼, 좋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신 귀족자제분이 큰 소리로 읽어주겠어?
 
 공룡은 나비잠이 주는 노트북을 받아 읽으려고 하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참새를 쳐다본다.
 
공룡 : 뭔가...키보드를 잘못 두들겼나봐..
참새 :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무슨 소리야?
나비잠 : (공손한 말투로) 부디, 이상적인 초등교육을 마친 네가 큰 소리로 읽어주겠어?
공룡 : (머뭇거리며) 짹짹...짹짹...
참새 : 날 놀릴 셈이야?
공룡 : (당황한 표정으로) 그게 아니라..이거 봐봐..
 
 공룡은 노트북을 참새에게 건네주며 스크린에 써 있는 ‘짹짹... 짹짹짹..’을 가리킨다.
 
참새 : 이걸 못 읽는 거야?
나비잠 : (빈정거리며) 우린 새로 발견한 외래어에 깜짝 놀라는 중이야!
공룡 : (조심스런 말투로) 아마도 기자끼리 보완을 위해 쓰는 암호인가 보지?
참새 : 무슨 소리야? 이걸 못 읽는다고? 봐봐 . ‘공룡과 나비잠은 서로의 꿈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공룡은 마르튜스를 만난 후부터...’
나비잠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기자’라는 자는 외계인이었던 거야?
 
그때, 다른 기자 참새가 다가온다.
 
친구참새 : 뭐해? 기사 마감이 얼마 안 남았어. 얼른 들어가 기사 마무리하자고!
 
 순간 나비잠은 친구참새가 가지고 있는 노트북을 빼앗는다. 갑자기 당한 상황에 깜짝 놀란 친구참새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비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에 쓰여 있는 글을 본다. 공룡도 다가와 본다. 스크린에는 역시 ‘짹짹... 짹짹짹..’이라고 쓰여 있다.
나비잠 : (의심스러운 눈길로) 도대체 너희 정체가 뭐지? 혹시 인간들의 과학 실험체 아니야?
참새 : 뭔 뜬금없는 소리야! 우린 기자라고!
 
공룡 : 기자라고 하는 자는 진실을 전하기 위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자야.
나비잠 : 근데 너희들은 모든 사건과 상황을 똑같은 언어로 전하면서 이게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참새 : 우린 최선을 다했어! 우리가 전하는 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바로 너희야!
공룡 : 스스로가 바라보는 세계는 아무리 똑같다고 해도 미묘하게 타인과 다를 수 있어.
나비잠 : 그런데 진실을 전한다는 너희의 목소리는 다른 상황 속에서도 한 결같이 똑같은 언어를 내뱉고 있잖아! 짹짹짹!
공룡 : 보이는 세계이외에 숨겨진 음모를 밝히는 것이 너희의 의무 아니었어?
나비잠 : 그런데 기자라는 너희의 글 속에는 너희의 언어가 아닌, 누군가의 언어로 도배되어 있어.
공룡 : 이건, 아이들의 받아쓰기 메모장과 별반 다름없어. 어떤 사건이 터져도, 어떤 사람이 절망 속에 빠져도 너희는 항상 이렇게 쓰겠지. “짹짹짹”
참새 : 매번 새롭게 변화하는 권력과 폭력 속에서 살아남는 법이 쉬운 줄 알아?
공룡 : 그것은 우리가 책임질 사항이 아니야.
나비잠 : 어떠한 남용 속에서도 진실을 전하겠다고 맹세한 것은 내가 아닌, 너니까!  
참새 : 마르튜스와 똑같은 소리를 하는 군! 모든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해 언어를 선택해야 해! 처음부터 내 언어를 가지고 기자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어느 정도 권력의 틀안에 그려진 언어에 적당히 복종하며 비위를 맞춰야만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획득할 수 있는 법이야.
공룡 :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너만의 언어를 가지기 위해 넌 많은 것을 희생해야 되겠지.
나비잠 : 결국은 권력과 타협하는 글에 적당한 이유를 붇게 되면, 결국 네가 꿈꿨던 언어는 망각 속에 사라져 있을 거야.
공룡 :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쓰겠지. “짹짹짹”
참새 : (버럭 화를 내며) 어쭙잖은 잔정으로 너희를 돕겠다고 한 내가 바보야! 너희는 어리석은 마르튜스처럼 비루하게 살게 뻔해!
 
 씩씩 거리던 참새는 팔짝팔짝 뛰며 사라졌다.
 
나비잠 :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공룡 : 뭐가?
나비잠 : 참새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해. 처음부터 자신의 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무리야.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한 집단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금세 잘근잘근 씹어 뱉어져 버릴게 뻔해!
공룡 : 두려움이지.
나비잠 : 또 산중문답을 할 셈이야?
공룡 : 우리의 모든 선택은 ‘두려움’에 갇혀 있어.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선택을 항상 망설이게 하지.
나비잠 : 내일이 아닌 오늘에 맹종하라는 뜻이야?
공룡 : 만약 참새가 내일 데스크에서 싹뚝 잘라나갈 자존심을  걱정하기보다 현재의 진실에 귀 기울였다면, 지금 ‘짹짹짹’이라는 글자는 잊어진 언어가 됐을 거야.
나비잠 : 함부로 말하지 마. 그 누구도 현재의 불안에서 진실을 말할 수는 없어. 더욱이 폭행과 폭력이 가해지는 상황이라는 더더욱!
공룡 : 마르튜스는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자신 보다 강한 존재가 등 뒤에 항상 서 있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어.
나비잠 : 확신과 확언은 모든 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니야.
공룡 : 맞아. 난 항상 마르튜스의 선한 당당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어. 내일에 대한 희망이 빨리 다가오기를 바라면서도, 오늘이 가져다주는 절망을 피하지 않고 껴안으려고 했어.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지.
나비잠 : (조롱하듯) 맷집이 좋은 자였거나, 현실감각이 없는 자일 수도 있지. 아니면 가진게 너무 없어 지킬 것도 없다고 여기는 허무주의자일 수도 있지.
공룡 : 아니야. 그는 내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렸지만, 오늘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이었어. 마치.....자신의 죽음이후의 다가 올 미래를 아는 자처럼... 상상이가?
나비잠 : 사후 세계가 있다고 주장할 셈이야?
공룡 : 모르지. 아직까지 죽은 자가 살아 돌아 온 일은 없으니까.
 
나비잠 : (침울한 목소리로) 중요한 것은  오늘도, 내일도 굶어야 한다는 사실이야.
공룡 : 너의 망각을 일깨우고 싶지는 않지만, 기자의 ‘짹짹짹’을 밝힌 것은 내가 아닌 너야!
나비잠 : (버럭 화를 내며) 두 끼를 굶었다고!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고! 그나마 배웠다는 네가 날 이성적으로 말렸어야 했어!
공룡 : 자신이 이득이 될 때만 날 배운자 취급하겠다는 거야?
나비잠 : (비웃는 목소리로) 공룡의 두뇌는 몹시 작아 생각할 공간이 없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군! 판단능력도 제로고!
공룡 : 그럼, 너 뇌와 내 뇌의 사이즈를 직접 꺼내 확인해 줄까?
나비잠 : (나비잠의 머리를 잡으려는 공룡을 피하며) 젠장, 저리가! 배운 자가 은유법도 몰라!
 
 공룡과 나비잠은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마르튜스의 흔적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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