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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을 멈추면 죽는 고래상어
 
 
 바닷가 어귀, 공룡과 나비잠이 작은 보트를 타고 해안가 근처에 떠 있고, 그 주위를 커다란 고래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나비잠 :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도대체 왜 제는 경망스럽게 계속 주위를 맴도는 거야? 상대와 이야기 할 때는 서로의 눈을 맞추고 공손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지도 않았데?
공룡 : (나비잠을 무시한 채로 고래상어를 보고) 신경 쓰지 마, 자신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책없이 나불거리는 버릇이 있는 돌연변이야!
나비잠 : (입을 삐죽거리며) 조심해, 쟨 고래상어라고! 우리 비위를 슬슬 맞추다가 순식간에 자기 뱃속으로 꿀꺽 삼킬지도 모르니까!
공룡 : (크게 한숨을 쉬며) 제발, 못 배운 티쯤 내지 마. 고래상어는 고래 중에 가장 얌전한 동물이야. 더군다나 쟤들은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을 먹는 다고! 네 같은 질긴 고기는 줘도 안 먹어!
 
 그때, 고래상어가 얼굴을 밖으로 살짝 내밀며 말한다. 말할 때도 헤엄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고래상어 : 괜찮아, 우리 외모만 보고 포악하고 거칠 거라고 여긴 게 쟤가 처음은 아니니까!
나비잠 : (조롱하듯) 미안하군. 세상의 모든 한심한 자들과 별반 다름없어서!
고래상어 : (당황하며) 너를 놀리려고 한 말은 아니야.
공룡 : 쟤 행동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어. 자신의 무식함이 드러날 때면 소리치는 경향이 있는 돌연변이거든.
고래상어 : (안쓰러운 표정을 지며) 돌연변이라는 것은 정말 안 됐구나!
나비잠 : 미안하지만, 엉덩이에 깔린 얼굴처럼 생긴 자에게 동정 받고 싶지는 않거든!
 
순간 고래상어가 헤엄치며 킬킬 거린다.
 
나비잠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제발, 그 입이나 닫고 웃어! 도대체 왜 입은 헤벌쭉 벌리고 경박스럽게 계속 서성이는 거야?
고래상어 : 우린 고래상어는 입을 닫고 멈추면 죽거든.
나비잠 : (눈을 갸름하게 뜨며) 인간의 실험체가 된 거야? 그래서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이 얇은 해안가 근처를 떠나지 않았던 거야?
공룡 :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고래상어는 인간도 밝히지 못한 미스터리로 가득한데 넌 이곳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다고 했잖아!
고래상어 : 인간은 이 문제와 상관없어.
나비잠 : (눈을 반짝거리며) 그럼, 스스로 시한폭탄 같은 것을 단 거야? 영화에 보면 버스가 멈추면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이거 흥미진진한 고래상어인걸!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을 던지려는 의도인 거야? 도대체 언제 폭탄을 터트릴 생각이지?
고래상어 : 너를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원래 고래상어는 태어날 때부터 계속 헤엄치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돼 있어.
나비잠 : (실망한 표정으로) 뭐야? 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태어났을 때부터 흉하게 입을 벌리고 방정맞게 떠돌아다니게 된 거지?
 
고래상어 : 우린 다른 어류처럼 아가미를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
공룡 :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고기는 아가미를 통과하는 물속의 산소를 흡입해야 살 수 있잖아? 아가미를 움직일 수 없다면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다는 뜻 아니야?
고래상어 : 맞아. 우리에게는 다른 어류와 달리 물을 들이마시실 수 있는 분수공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분수공은 몸을 움직여야만 열리도록 되어 있어, 그래서 지금 내가 입을 벌리고 지느러미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거야.
나비잠 : 너흰 끊임없이 바다를 질주해야 하는 여정을 타고 난 동물이군!
공룡 : (이맛살을 찌푸리며) 이해 할 수 없어. 그럼, 좀 더 깊은 바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거대한 몸을 이끌고 얇은 해안가를 헤엄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지느러미를 움직일 수 없는 낮은 곳으로 흘러 갈 수도 있어.
 
고래상어 : (심드렁한 표정으로) 알아.
공룡 : 그런데 이 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고래상어 : 이곳은 먹이가 풍부하거든.
나비잠 : 인간이 너희를 이용하기 위해 주는 먹이야. 고래상어는 법적으로 잡아먹을 수는 없지만 같이 수영할 수는 있으니까
공룡 : 포악하지 않는 순한 큰 고래와 수영하고 사진 찍는 기쁨은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지.
고래상어 : 이곳 마을 사람들은 우리 덕분에 관광지로 큰돈을 벌었어. 그들이 주는 먹이는 우리의 권리야.
 
나비잠 : 그깟 몇 푼짜리 먹이에 네 생명을 걸고 있다는 뜻이야?
고래상어 : 너도 여행을 했으니 알겠지만, 먹고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공룡 : 이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했다는 뜻이야?
고래상어 : 마르튜스처럼 단순한 사건을 심각하게 부풀리지 마.
나비잠 : 먹이를 쫓다가 생각지도 못한 바위나 구멍에 빠져 썰물이라도 일어난다면 너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인간들이 18미터에 20톤이나 되는 너를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고래상어 : 나도 이렇게 오래 머무를 생각은 아니었어.
공룡 : 그런데?
고래상어 : 힘들고 노곤한 여정이었어.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지느러미만으로도 버거운데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하는 고통이 버겁게 느껴졌을 뿐이야.
나비잠 : 더욱이 이곳은 아름다운 미녀들이 평범한 너를 쓰다듬으며 영웅처럼 취급했겠지.
공룡 : 깊은 바다 속 정적이 소름끼칠 만큼, 인간들의 칭찬의 아우성이 매혹적으로 들렸겠지.
고래상어 : 너희 몰라! 신은 나에게 단 1초의 여유로움도 선사해 주지 않았어. 매일 육체의 쓰라림을 이겨내며 헤엄쳐야 하는 괴로움을 너흰 몰라!
 
나비잠 : 중요한 것은, 넌 태어나면서부터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타고났어. 
공룡 : 다른 물고기와 다른 능력을 소유했다면, 분명 인생은 그 고난만큼 너를 위한 위대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
나비잠 : 하지만 이런 얇고 얇은 해안가에 머물러 타인이 던져주는 먹이에 만족하고 살아간다면 너 인생에 어떤 목적이 숨어있는지 결코 알 수 없겠지. 더군다나 인간이 주는 유혹적인 작은 물고기를 따라가다 얇은 해안가로 밀려가기라도 하면 더 이상 아가미로 물은 들어 올 수 없을거야.
 
공룡 : 똑같은 거리를, 똑같은 속도로, 똑같이 헤엄치다보면 경계심은 눈처럼 녹아내려 그저 그런 지느러미 움직임에 지루해지겠지. 어쩌면 더 이상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아도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턱없는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어.
나비잠 : 그럼 자신도 모르게 헤엄을 멈추게 될지도 몰라. 한순간의 흥분과 재미를 위해.
공룡 : 그럼, 숨 막히는 죽음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에게 달려들 테고, 공포와 고통으로 숨을 쉴 수 없게 되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지느러미는 맥없이 힘을 잃고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죽음에 놓이게 될 거야.
 
고래상어 : 마르튜스처럼 나에게 주어진 이 쓸데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거야?
공룡 : 멈추지 않는 지느러미의 향연이 너를 힘겨운 삶으로 인도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건 현실이고, 네가 받아들여야 할 진실이라는 거야. 너에게 주어진 능력을 거부하고 생명을 담보로 이 썩은 고기에 만족한다면 언젠가 너의 지느러미는 너의 거대한 몸체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거야.
나비잠 : 더욱이 너에게 주어진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의미도 깨달을 수 없겠지.
공룡 : 깊은 바다 속을 하염없이 질주하며 누렸던 뜨거운 열정이 어느 날 묵은 찌꺼기처럼 의미 없이 느껴질 수도 있어.
나비잠 : 거대한 몸체를 이끌고, 어떤 위험일지 모르는 암흑 속을 돌아다니는 긴장감이 두려움을 끊임없이 자극 하겠지.
공룡 : 하지만 넌 헤엄치는 것을 멈추면 안 되도록 설계되어 있고, 힘겹겠지만 헤엄치기 위해서는 위험과 고난이 팽배한 깊은 바다 속으로 잠입해야 한다는 사실이야.
나비잠 : 이런 얇은 해안가가 아니라.
고래상어 : (새치름하게) 잠시야. 잠시 동안 이곳에 머무르다 다시 길을 떠날 거야.
공룡 : 네가 마르튜스를 만났다면, 네가 이 곳에 머무른 시간이 무척 오래됐다고 말하고 싶군,
고래상어 : 그 덕분에 너희에게 마르튜스가 온 길을 알려줬다는 걸 잊지 마! 더 이상 너희와 대화했다가는 인간이 주는 먹이를 놓치게 될 거야! 미안하지만, 만나서 반가웠다는 말은 못 하겠군!
 
 고래상어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인사를 하고 인간이 주는 먹이를 향해 해안가 얇은 바다로 나아갔다.
 
나비잠 :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 돼.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노동이니까.
공룡 : 알아. 하지만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진실이라면, 그 사실에 낙심하기보다는 그에 합당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비잠 : 모든 자들이 자신의 불행을 그림자처럼 취급하고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기는 않아!
공룡 : 그래서 마르튜스는 목적 있는 삶을 배우기 위해 ‘그’를 찾았다고 했어. 자신을 창조한 이의 뜻을 안다면 비극적인 삶의 본질도 파멸이 아닌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테니까.
 
나비잠 : (놀리는 목소리로)그런 의미에서 넌 나를 통해 파멸이 아닌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안심해
공룡 : (어이없다는 듯이) 내 창조자가 너라는 거야?
나비잠 : 일종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고귀한 귀족의 자제를, 험난한 삶을 겪은 내 지식 안에서 보호하고 있으니까!
공룡 : 내가 존경의 표시를 해주기를 바래?
나비잠 : 젠장, 저리가! 어디서 포옹질이야!
 
공룡과 나비잠은 티격태격하면서 인간이 던져놓은 물고기를 줍기 시작한다. 마르튜스의 흔적을 다시 쫓기 위해 허기는 채워야 하니까.
 
* 고래상어



 
 
 길이가 15m, 무게 40톤에 달한다. 넓이 1.5m에 달하는 큰 입과 작은 눈, 흰색의 줄무늬와 점무늬가 특징이다. 고래상어는 숨을 쉴 때 물을 들이마시는 기관인 분수공이 있는데 이 분수공은 지느러미로 몸을 움직여야만 열리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고래상어는 다른 어류들이 아가미를 능동적으로 움직여 물속의 산소를 흡수하는데 비해 입을 벌리고 쉬지 않고 헤엄쳐야  체내에 산소 공급을 할 수 있다. 만약 고래상어가 움직임을 멈춘다면 질식하여 죽게 된다.
 성격이 온순하여 잠수부들은 고래상어와 함께 사진 찍는 것을 평생의 기쁨으로 알고 있다.
 
2011년 2월 필리핀 세부섬 동남쪽에 있는 오슬롭이라는 작은 어촌마을은 어민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고래상어가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다. 그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왔고 주민들은 탈의장과 샤워실, 간이음식점, 기념품 판매점 등의 편의 시설을 만들고 매표소까지 설치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래상어를 보기위해서는 티켓을 사도록 했고, 사진을 찍게 되면 또 다른 비용을 요구했다.
 
 2006년 9월에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기진맥진한 고래상어 한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때 탈진한 고래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이유는 그물에 걸려 헤엄치지 못하자 숨을 쉬지 못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모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2015-07-13

관리자

<나비잠> 감사합니다~~^^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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